명절 준비 대작전! 조선 여성들의 설날과 추석 이야기
조선 시대의 여성들은 오늘날보다 훨씬 더 바쁘고 분주한 명절을 보냈습니다.
지금처럼 편리한 주방기구도 없고 마트도 없는 시절, 그럼에도 명절상은 풍성하고 가족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웠지요.
오늘은 조선 여성들의 설날과 추석 준비 이야기를 통해 옛 주부들의 부지런함과 지혜를 들여다봅니다.
1. 명절은 한 달 전부터 시작된다 - 준비하는 손길이 빚은 가족의 정
조선시대의 명절 준비는 단순히 당일이나 전날에 바삐 움직이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명절이 다가오기 전 한 달 전부터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됐습니다.
설날을 준비하는 겨울, 추석을 준비하는 가을, 계절마다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다르기 때문에 먼저 장터를 둘러보고 필요한 재료를 직접 손으로 고르는 것이 여성들의 첫 번째 임무였어요.
특히 명절은 ‘제사’와도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조선은 유교문화 사회였기 때문에, 명절날 가장 중요한 일은 조상을 기리는 차례상을 준비하는 것이었습니다. 차례상에 올릴 음식은 음식 그 자체가 아니라, 조상님께 드리는 예와 정성의 상징이었어요.
그래서 며느리, 딸, 어머니 할 것 없이 명절 전에는 집안의 여성들이 총출동해 정성껏 재료를 손질하고 음식 준비에 나섰습니다.
추석을 준비하는 가을이면 햇곡식과 햇과일, 송편용 멥쌀을 방앗간에서 찧어오고, 배추와 무, 나물 종류도 시장에서 싱싱한 것으로 골랐습니다.
설날은 겨울이기에 김장김치와 저장된 무말랭이, 콩나물, 묵은지 등이 음식 준비의 주인공이 되었죠. 미리 숙성시킨 장류와 젓갈은 중요한 간 맞춤의 재료였고요.
여성들은 살림 솜씨뿐 아니라 시간 관리도 중요했습니다. 한정된 연료, 물, 조리 기구로 수십 가지 음식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또, 음식을 만들면서도 가족의 새해 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는 것이 예의였어요.
어쩌면 바쁜 손끝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손에 실린 따뜻한 마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2. 손끝으로 전하는 정성 - 차례상 준비, 조선 주부의 손맛이 빛나다
조선시대 명절 음식은 현대의 배달 음식이나 공장에서 찍어내는 과자와 달리,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설날과 추석을 앞두고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서 음식을 만들었지만, 주도권은 역시 주부들의 손끝에 있었습니다.
차례상에 올릴 음식은 종류가 다양하고 까다로웠습니다.
탕국, 전, 산적, 나물, 떡, 과일 등 정해진 순서와 의미에 따라 엄격하게 준비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설날에는 떡국, 전, 탕국, 잡채, 나물 등이 필수였고, 추석에는 송편, 나물, 토란국, 전, 한과 등이 상을 채웠습니다.
모든 음식이 철저히 계절의 재료를 사용해 손수 만드는 방식으로 준비되었고, 하나하나 손질과 조리에 시간과 정성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송편은 멥쌀가루를 익반죽해서 밤, 깨, 콩 등의 소를 넣고 손으로 정성껏 빚었습니다.
반달 모양의 송편은 가족의 복과 풍요를 기원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었기에 주부들은 손끝으로 소망을 담았습니다.
전은 다양한 재료를 손질해 밀가루 옷을 입히고, 노릇노릇하게 부쳐내며 눈으로 보는 맛과 입으로 느끼는 맛을 모두 만족시키려는 노력이 깃들었습니다.
차례상에 음식을 올릴 때는 그릇의 높낮이, 음식의 위치, 색깔 배치까지 모두 신경 써서 차려야 했습니다.
이러한 예절은 집안의 품격을 나타내는 중요한 기준이었고, 딸과 며느리들에게는 어머니가 전수하는 가정 교육의 시간이기도 했어요.
한 상 가득 차려지는 음식은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닌, 조선 주부들의 정성과 삶의 지혜가 집약된 작품이었습니다.
3. 명절 아침, 조상의 은덕을 기리고 가족의 화합을 다지다
명절 아침은 조선의 여성들에게도 가족들에게도 가장 경건한 순간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차례상을 다시 정돈하고 마지막 점검을 하는 건 대부분 주부들의 몫이었어요.
고요한 새벽 공기를 깨고 따뜻한 탕국 냄새가 퍼지면, 온 가족이 차례상을 마주하며 조상께 절을 올리고 새해 복과 안녕을 비는 의례를 올렸습니다.
차례가 끝난 뒤에는 모두 둘러앉아 차례상에 올렸던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이 명절 식사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때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빌며 덕담을 주고받는 풍경은 집 안에 훈훈한 온기를 불러왔어요.
명절날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을 나누는 건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가족 공동체의 정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명절날은 성묘라는 중요한 의례도 빠질 수 없었습니다.
조상님의 산소를 찾아가 새로 지은 송편과 전, 탕국을 올리고 산소를 깨끗이 돌보는 일이었죠.
이 역시 가족 모두가 참여했지만, 음식을 준비하고 싸서 가져가는 것은 여성들이 맡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명절은 조선 여성들에게 육체적으로 힘든 날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가족의 유대를 돈독히 다지고, 자녀들에게 효와 예절을 가르치는 삶의 교과서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조선 주부들은 명절을 통해 집안의 전통을 지키고,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며, 대를 이어 내려오는 조상 숭배와 가족 사랑의 가치를 실천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명절을 준비하는 그들의 손길은 단순히 바쁘고 힘든 것이 아니라, 따뜻하고 값진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