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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시작과 끝, 조선 주부들의 일상 시간표 들여다보기

by 탐험가 민지 2025. 4. 23.

하루의 시작과 끝, 조선 주부들의 일상 시간표 들여다보기
조선시대 주부들의 하루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시작되었습니다.

 

하루의 시작과 끝, 조선 주부들의 일상 시간표 들여다보기
하루의 시작과 끝, 조선 주부들의 일상 시간표 들여다보기

1.새벽녘의 시작, 일출 전 살림의 기초를 다지다

밤이 채 가시기도 전, 닭이 울기 전인 새벽 4시경(인경)부터 주부들의 분주한 일과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시간은 초경이라 불렸으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불을 피우는 것이었습니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온돌방을 데우고, 아침 식사 준비를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불을 피운 후에는 가족들이 사용할 물을 길어 와야 했습니다.

물동이를 이고 마을 우물이나 근처 개울가로 향하는 주부들의 모습은 조선 새벽의 일상적인 풍경이었습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얼어붙은 우물물을 깨고 물을 길어야 했기에 더욱 고된 노동이었습니다.

물은 식수는 물론, 세수와 취사, 빨래 등 하루 종일 사용될 귀중한 자원이었기에 아침 일찍 충분한 양을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물을 길어온 후에는 아침 식사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부엌에서는 전날 저녁에 불려둔 쌀을 씻어 솥에 안치고, 국과 반찬을 준비했습니다.

조선시대 아침 식사는 오늘날과 같이 간소하게 차려지는 것이 아니라,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식사로 여겨졌기에 정성을 들여 준비했습니다. 밥, 국, 김치를 기본으로 하고 계절에 따라 나물이나 생선, 장아찌 등의 반찬을 곁들였습니다.
식사 준비와 함께 집안 청소도 시작되었습니다. 방과 마루를 비로 쓸고, 먼지를 털어내는 작업은 하루를 시작하는 기본 의례와도 같았습니다. 특히 마당을 쓸고 대문 앞을 정리하는 일은 가정의 품격을 나타내는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새벽에 마당을 쓸지 않는 집은 가난해진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청소는 부지런함의 상징이자 가정 경제와도 연결된 중요한 일과였습니다.
해가 뜨기 시작할 무렵(약 오전 6시경)에는 가족들의 아침 식사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남편과 시부모, 자녀들의 식사를 차려내고, 각자의 일터로 나가는 가족들을 배웅했습니다. 양반 가문의 경우, 남편은 서당이나 관아로, 시아버지는 마을 어른들과의 모임이나 휴식을 취하러 나갔고, 아이들은 서당으로 향했습니다. 서민 가정에서는 남편과 함께 농사일을 위해 들판으로 나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가족을 배웅한 후에는 잠시 숨을 고를 틈도 없이 삼끼니(세 번의 식사) 중 다음 식사를 위한 재료 준비가 이어졌습니다.

장독대에서 간장, 된장, 고추장 등 필요한 양념을 챙기고, 김치독에서 김치를 꺼내 정리했습니다.

또한 계절에 따라 채소밭에서 신선한 나물을 캐거나, 장에서 구입해 온 식재료를 손질하는 등 식재료 준비에 정성을 쏟았습니다.
이처럼 조선시대 주부들의 아침은 현대 사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분주하고 노동 집약적이었습니다.

가족의 건강과 일상을 책임지는 살림꾼으로서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며 하루의 기틀을 다졌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과는 해가 완전히 뜨기도 전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조선 여성들의 부지런함과 헌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2.한낮의 분주함, 생산과 관리의 시간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조선 주부들의 일과는 더욱 다양하고 활발해졌습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의 시간은 주시라 불렸으며, 이 시간대에는 집안일을 넘어 생산 활동과 가정 경제 관리에 집중했습니다.
먼저, 가장 중요한 일과 중 하나는 바로 직조 작업이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의복이 상품으로 쉽게 구매되지 않았기에, 가족이 입을 옷을 만드는 일은 여성의 주요 역할이었습니다.

목화를 재배하고, 솜을 만들고, 실을 뽑아 베를 짜는 과정은 대단히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작업이었습니다.

속담에 부지런한 주부는 베 짜는 소리를 멈추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베틀에 앉아 옷감을 짜는 일은 주부의 부지런함을 상징했습니다.
또한 계절에 따라 다양한 식재료의 가공과 저장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봄에는 나물을 말리고, 여름에는 과일과 채소를 말려 보관하며, 가을에는 김장과 장 담그기, 겨울에는 말린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 준비 등 계절별 특성에 맞는 식품 가공이 주요 일과였습니다.

특히 된장, 간장, 고추장 등의 장류는 가족의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식품이었기에, 주부들은 재료 선택부터 발효 과정까지 각별한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한낮에는 월장이나 오일장 등의 정기 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장보기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농촌의 경우 5일마다 열리는 장날을 기다려 필요한 생필품을 구매했고, 도시에 사는 주부들은 상설 시장을 이용했습니다.

시장은 단순한 구매 장소를 넘어 정보 교환과 사교의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다른 마을의 소식을 듣거나 육아와 살림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중요한 공간이었습니다.

주부들은 현명한 구매력을 발휘하여 가정 경제를 관리하는 역할도 담당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양반 가문의 주부들은 자녀 교육에도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특히 딸들에게는 바느질, 음식 준비, 예의범절 등을 직접 가르쳤으며, 내훈 이나 열녀전 같은 여성 교육 서적을 통한 문자 교육도 이루어졌습니다. 조선 중기 이후에는 문해력을 갖춘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가계부인 살림일기나 간지책을 작성하는 시간도 이 시간대에 이루어졌습니다.
한낮은 또한 이웃과의 협업이 이루어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두레나 품앗이와 같은 공동 노동 시스템을 통해 힘든 일을 함께 해결했습니다.

특히 김장이나 명절 준비, 베 짜기 등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일에는 마을 여성들이 함께 모여 작업했습니다.

이런 시간은 노동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여성들 간의 정보 교환과 유대 강화의 장이 되었습니다.
농사를 짓는 가정에서는 남편과 함께 농사일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모내기, 김매기, 수확 등 농번기에는 성별 구분 없이 모든 가족 구성원이 농사일에 동참했습니다. 특히 서민 가정의 여성들은 집안일뿐만 아니라 생산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가계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습니다.
이렇게 한낮의 시간은 조선 주부들에게 가정 내 생산과 관리, 교육과 사회적 교류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다채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단순한 가사노동을 넘어 가정 경제의 관리자, 생산자, 교육자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가정의 중심축으로 기능했던 것입니다.

3.해 질 녘의 마무리와 달빛 아래 손끝의 시간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지는 오후 4시경부터 조선의 주부들은 하루의 마무리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간은 황혼이라 불렸으며, 가족의 저녁 식사 준비와 하루 동안의 일과를 정리하는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녁 식사 준비는 점심보다 더 많은 정성을 들여야 했습니다.

하루 종일 일하고 돌아오는 가족들을 위해 더 풍성한 상차림을 준비했으며, 특히 하루의 피로를 풀어줄 국물 요리가 필수적이었습니다. 각 가정의 형편과 계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밥과 국, 김치, 두세 가지 반찬으로 구성된 저녁 식사는 가족이 함께 모여 하루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의례와도 같았습니다.
저녁 식사 후에는 내일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식사에 사용할 쌀을 미리 씻어 물에 불려두고, 나물이나 생선 등의 식재료를 손질해 두었습니다. 또한 가족들이 하루 동안 사용한 의복을 정리하고, 필요한 경우 간단한 수선 작업도 이루어졌습니다. 이런 선행 작업은 바쁜 아침 시간을 조금이라도 여유 있게 만들기 위한 조선 주부들의 지혜였습니다.
특히 중요한 일은 집안의 소등(消燈) 준비였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전기가 없었기에, 밤에는 등잔이나 촛불을 이용했습니다.

불을 다루는 일은 화재의 위험이 있기에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되었습니다. 등잔에 기름을 채우고, 심지를 정돈하는 일은 저녁 시간의 중요한 임무였습니다. 또한 겨울철에는 화로에 숯을 피워 방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일도 주부의 책임이었습니다.
밤이 완전히 내리면(오후 7시~10시경), 조선 주부들에게는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이 시간을 야심이라 했습니다.

하루 종일 가족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던 주부들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시간대였습니다.

캄캄한 밤에는 농사일이나 바깥일을 할 수 없었기에,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이 시간에 주로 하는 일이 바로 바느질이었습니다. 낮에는 다른 집안일로 바빠 손에 잡지 못했던 바느질감을 들고, 등잔불 아래에서 가족들의 옷을 짓거나 수선했습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옷 한 벌을 완성하기 위해 베를 짜는 일부터 옷을 완성하는 과정까지 모든 것이 수작업이었기에, 옷 만들기는 매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었습니다.

속담에 바늘 가는 데 실 간다라는 말처럼, 조선 여성들은 밤 시간을 활용해 오랜 시간이 필요한 바느질에 집중했습니다.
또한 계층에 따라 달라지는 야간 활동도 있었습니다. 글을 아는 양반 가문의 여성들은 이 시간에 책을 읽거나 자녀들의 공부를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한글 소설이나 교훈서 등을 읽으며 지식을 쌓았고, 때로는 편지나 일기를 쓰기도 했습니다.

특히 조선 후기에는 여성들의 문해율이 높아지면서 한글 소설이 유행했는데, 이 시간이 바로 여성들의 독서 시간이었습니다.
서민 가정에서는 이 시간에 등잔불 아래 모여 앉아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자녀들에게 옛이야기나 교훈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며 인성 교육을 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계절에 따라 도토리나 콩, 팥 등을 까는 작업이나 새끼를 꼬는 등의 소일거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밤이 깊어가면(오후 10시 이후), 주부들은 마지막으로 집안을 한 번 더 살피며 문단속을 확인하고, 화재 위험이 있는 불씨를 점검했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모두 잠든 것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하루의 모든 일과를 마치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현대 사회와 달리 조선시대 여성들은 하루의 첫 번째로 일어나 마지막으로 잠자리에 드는 가정의 중심축이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해가 진 후의 시간은 조선 주부들에게 하루의 마무리이자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자신만의 시간을 통해 내면을 가꾸고, 가족과의 유대를 돈독히 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