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설탕 줄이기 실험 - 설탕 없이도 살 수 있을까?

by 탐험가 민지 2025. 4. 25.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 우리 진짜 설탕 없이 살아볼까?
우리 가족의 ‘설탕 줄이기’ 실험은 무척 소박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설탕 없이도 살 수 있을까? 어느 날 저녁, TV 다큐멘터리에서 설탕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본 후,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다큐에서는 설탕이 당뇨, 비만은 물론 만성 피로, 면역력 저하, 집중력 장애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 낯설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그날따라 유독 마음에 꽂혔다.

나는 가족 식탁을 돌아보았다. 아침엔 딸이 단맛 나는 시리얼에 우유를 부어 먹고, 남편은 믹스커피 한 잔을 마신다.

나는 식빵에 딸기잼을 듬뿍 발라 먹는 게 습관이다. 점심이나 저녁에도 간장조림, 양념치킨, 불고기 등 거의 모든 반찬에 설탕이 들어간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 음식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조심스레 제안했다. 우리, 일주일만 설탕 없이 살아보는 거 어때? 예상대로 반응은 다양했다.

남편은 커피에 설탕 안 넣으면 무슨 맛으로 마셔?라며 고개를 갸웃했고, 8살 딸은 초코우유 안 먹으면 나 간식 뭐 먹어?라며 곧 울먹일 기세였다. 그래도 가족이 다 함께 도전하면 좀 다르지 않을까 싶어, 우리는 실험에 참여하기로 했다.

 

설탕 없이도 살 수 있을까?
설탕 없이도 살 수 있을까?

 

1.우리의 규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첨가당을 일체 금지한다.

백설탕, 물엿, 액상과당, 조청, 시럽 등이 모두 해당된다. 둘째, 과일이나 고구마처럼 자연에서 유래한 당은 허용한다.

셋째, 식품 성분표를 반드시 확인하고 당류 함량이 높은 제품은 피한다.

넷째, 외식을 줄이고 최대한 집에서 조리한다. 이 네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우리 가족 7일 무설탕 도전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첫째 날부터 위기! 설탕이 이렇게 많았다고?
실험 첫날, 아침부터 문제가 터졌다. 남편은 아침잠에 취해 믹스커피를 타고 있었고, 딸은 평소처럼 초코우유를 꺼내려 했다.

내가 급히 달려가 그거 오늘부터 안 돼!라고 하자, 두 사람은 동시에 왜??라고 되물었다.

실험의 첫 위기였다. 가족 모두의 눈에는 벌써 후회되는 선택이라는 표정이 쓰여 있었다.

식사를 준비하려고 식재료를 점검해보니 깜짝 놀랄 사실이 줄줄이 쏟아졌다. 우리가 평소에 ‘건강식’이라고 생각한 식품들조차 상당량의 당류를 포함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표적으로 플레인 요거트라고 믿었던 제품에는 당류가 13g이나 들어 있었고, 무첨가 시리얼도 사실은 ‘올리고당’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어린이용 간식은 말할 것도 없었다.

딸이 좋아하는 젤리, 과일맛 비타민, 심지어 과즙 100%라 써 있는 주스조차도 농축과일에서 유래한 고당 함량으로 가득했다.

그날 점심은 더욱 난관이었다.

냉장고에 남아있던 간장불고기를 데우려다 레시피를 확인해 보니 설탕, 간장, 물엿이 기본이다. 부랴부랴 설탕 없이 양념을 해보니 맛이 허전했고, 딸은 한 입 먹더니 왜 이거는 맛이 없어졌어?라고 투덜댔다. 식사 후 후식은 당연히 없었다. 간식도 금지. 딸은 오늘 왜 아무것도 없어?라며 시무룩했고, 나도 커피를 블랙으로 마시려다 결국 포기했다.

첫날의 결론은 이랬다.

설탕은 단지 달콤한 간식의 주성분이 아니라, 우리의 식생활 구석구석에 철저하게 숨어 있는 존재라는 것. 이 실험이 단순히 ‘초콜릿 안 먹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날이었다.

 

 

2. 단맛 없이 보내는 하루, 몸과 마음이 보내온 신호들

 

설탕 없는 생활이 본격적으로 익숙해지는 셋째 날쯤, 가족 모두에게 다양한 변화의 신호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남편이었다. 늘 오전에 믹스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집중이 안 된다고 하던 그가 왜 이렇게 머리가 무겁지?라고 했다. 실제로 설탕을 끊었을 때 나타나는 금단 증상 중 하나는 피로감과 두통이다.

몸이 평소보다 빠르게 에너지를 뽑아쓰지 못하고 안정적인 혈당 상태에 적응하려다 보니 이런 반응이 생긴다.

딸의 반응도 흥미로웠다. 첫날, 단 게 없어 울상을 짓던 아이는 둘째 날부터 과일을 더 자주 찾기 시작했다. 사과, 귤, 바나나 같은 자연 당이 들어간 음식이 어느새 간식이 되었고, 딸은 놀랍게도 사과가 이렇게 맛있었어?라며 눈을 반짝였다.

평소엔 한두 조각 먹고 마는 과일을, 달콤한 간식이 사라지자 오히려 더 집중해서 먹게 된 것이다.

나는 블랙커피에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텁텁하고 쓴 맛만 강했지만, 셋째 날부터는 묘하게 그 고소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마 입맛이 바뀌어가는 과도기였을 것이다. 달콤한 걸 줄이니 그동안 미묘하게 감지하지 못했던 음식 본연의 맛들이 더 또렷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재미있게도, 셋째 날 저녁부터는 식사량에도 변화가 생겼다. 설탕을 넣지 않은 조림이나 볶음은 확실히 자극적이지 않아서인지 과식을 하지 않게 되었고, 한두 끼만 지나도 속이 훨씬 편안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포만감을 느끼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과식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몸의 변화뿐 아니라, 감정적인 부분에서도 영향이 있었다. 예민했던 남편의 퇴근 후 짜증이 줄었고, 딸도 간식을 못 먹는 스트레스를 하루 이틀 넘기자 오히려 ‘오늘은 뭐 먹지?’라며 식단을 함께 고민하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설탕을 줄이는 것이 단순히 음식을 바꾸는 것을 넘어, 가족 전체의 생활 방식과 분위기를 조금씩 바꾸고 있었던 것이다.

 

 

3. 설탕은 어디에나 있다 

 

장 보며 배우는 ‘성분표 보는 법’ 설탕 줄이기 실험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이것도 설탕이 들어 있어?였다.

우리가 마트에 가서 장을 볼 때, 그동안은 거의 습관처럼 익숙한 브랜드 제품을 그대로 카트에 담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 제품의 뒷면 ‘영양성분표’를 꼼꼼히 살펴보며 당류 함량을 체크했다. 그러자 정말 놀라운 사실들이 드러났다.

대표적인 예는 빵이었다.

식빵, 모닝롤, 버터롤 등 대부분의 빵에는 설탕이 기본적으로 들어 있고, 일부는 단맛이 강하지 않아도 당류 함량이 10g 이상인 경우가 많았다. 또 요거트나 과일 주스도 마찬가지였다. ‘플레인’이라고 적혀 있어도 사실은 인공 감미료나 과일 농축액이 들어가 당분 함량이 높은 경우가 많았고, 어린이용 주스나 요구르트는 거의 디저트 수준의 당을 가지고 있었다.

간식류는 예상대로 ‘설탕 폭탄’이었지만, 더 충격적인 건 반찬류였다.

특히 양념이 들어간 조림, 불고기용 양념, 볶음 고추장 등은 당류 함량이 꽤 높았고, 소스류 – 케첩, 바비큐소스, 드레싱 등도 당연히 설탕이 다량 포함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즉석밥, 라면 스프,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 제품에도 설탕이나 옥수수 시럽이 들어가 있었다. 우리는 점점 ‘성분표 보는 전문가’가 되어갔다. 당류 함량만 보는 게 아니라, ‘설탕’, ‘액상과당’, ‘물엿’, ‘포도당’, ‘감미료’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숨겨진 당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딸에게도 간단한 방법을 알려주었다. 뒷면에 있는 당류(g)를 보고 4로 나누면 각설탕 개수야!라고 설명했더니, 딸은 자기 간식을 고를 때마다 이건 설탕이 3개 들어있네라며 스스로 판단하기 시작했다.

장보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교육이었다. ‘무설탕’이나 ‘저당’ 표시를 맹신하지 않고, 직접 눈으로 성분을 읽어보는 습관.

이런 변화를 통해 우리는 설탕 없이 사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점점 체감하게 되었다. 5. 7일 후, 우리 가족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 드디어 실험

 

 

마지막 날

 

우리는 간단한 미니 가족 회의를 열었다. 각자 이번 실험을 통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무엇이 가장 힘들었고 어떤 점이 좋았는지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편은 처음 며칠간의 금단 증상을 고백하면서도, 이상하게 오늘은 믹스커피 생각이 안 난다고 말했다.

대신 블랙커피에 적응하며 오히려 위장이 편해졌고, 오후 시간의 졸림도 줄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식후에 항상 배가 불러서 불편하던 느낌이 없어졌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였다.

딸은 처음엔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과일이 더 맛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매일 딸이 먹은 간식의 당류를 함께 계산해보며 ‘당 줄이기 일기’를 썼는데, 마지막 날엔 딸이 스스로 사과와 견과류를 꺼내 먹으며 이건 진짜 간식이야!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매우 의미 있었다. 나는 무엇보다 입맛이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설탕이 빠지자 처음에는 음식이 싱겁고 밍밍했지만, 며칠만 지나도 재료 본연의 단맛과 향을 더 섬세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평소 무심코 집어먹던 달달한 스낵들이 지금은 너무 자극적으로 느껴졌고, 먹고 나면 입안에 끈적한 여운이 남는 게 불쾌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7일간의 짧은 도전이었지만, 이 경험을 통해 가족 전체의 식생활이 다시 설계되었다.

물론 앞으로도 설탕을 완전히 끊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생각 없이’ 설탕을 소비하는 일은 줄어들었다.

이제 우리는 마트에서 물건을 고를 때, 식사 준비를 할 때, 간식을 먹을 때마다 한 번 더 생각한다. 이 안에 설탕은 얼마나 들어있을까?라고. 그 작은 질문이, 건강한 가족 습관을 만드는 첫걸음이었다.